아침 일찍 호카곶에 들렀다가 점심 무렵 신트라에서 한 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리스본 호시우(Rossio) 역에 도착했다. 호카곶 후기는 아래 포스팅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23.08.15 - [2023 유럽여행] - 신트라 시내에서 버스 타고 호카곶(Cabo da Roca) 가는 방법
리스본 숙소 Hola Lisbon Suites
리스본에서 우리가 3일 동안 묵을 숙소는 Hola Lisbon Suites 다. 호시우역에서 걸어서 7분 정도의 거리라 정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그 이유는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금방 마주할 수 있는 무지막지한 언덕길 때문이다. 리스본 여행의 준비물은 뭐니 뭐니 해도 튼튼한 두 다리와 무릎 관절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하루 이만 보 이상 걸어 다녔기 때문에 다리에 피로가 쌓여 언덕이 유독 힘들게 느껴졌다. 이렇게 언덕이 많은 도시라 트램이 발달했나 보다.
https://goo.gl/maps/9jqrPFN6TQB5dNTWA
여행 중에 급하게 리스본 숙소를 예약했는데 부활절 연휴 기간 즈음이었던 여행 기간에 이곳이 그나마 위치가 좋은 숙소 중에 조금 저렴한 곳이었다. 구글 지도를 보고 도착한 숙소는 외관상 전혀 숙박 시설이라고 느껴지지 않았고 일반 가정집과 구분하기 힘들었다. 일단 공동현관 벨을 눌렀더니 누군가가 안에서 문을 열어줬는지 문이 열렸다. 하지만 숙소가 어디인지 헤매다가 맨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는데 건물에 사는 주민이 나와서 물어봤더니 숙소에 대해서 모른다고 했다. 3~4층 남짓의 같은 건물에 사는데 1층이 숙박업소인 줄 모르다니 나중에 생각하니 조금 신기하긴 했다. 남편이 숙소에 연락을 해보니 관리인이 우리가 조금 일찍 올 줄 모르고 따로 안내를 해 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결론적으로 숙소는 1층이었고 문 옆에 아주 조그맣게 숙소 이름이 스티커로 붙여져 있던 것을 나중에 발견했다. 이 숙소를 예약하게 된다면 꼭 미리 도착 시간을 알려줘서 우리처럼 문 앞에서 헤매지 말자. 관리인과 연락이 되어 숙소에 들어갔는데 젊은 여자분이었고 굉장히 친절했다. 숙소는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형식으로 공용 부엌이 있고 방이 4개 정도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일반 가정집을 숙소로 만들어 놓은 형태여서 부엌에서 다른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방은 화장실이 안에 따로 있었지만 공용 화장실을 쓰는 방도 있었다. 만약에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면 나쁘지 않지만 소리에 민감하거나 private 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이 숙소는 추천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부엌도 넓어서 음식을 사와서 먹기도 좋고 깔끔하며 위치도 관광지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만족했다.
리스본 유명 레스토랑 우마 (Uma) 해물밥
숙소에서 체크인할 때 관리인 여자분에게 식당을 몇 개 추천받으면서 우마 레스토랑을 아냐고 물어봤다. 역시나 관광객들에게만 유명한 식당인지 처음 들어보는 식당이라고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시작 전부터 한국인들에게 너무 유명해서 가보고 싶었으니 가보기로 했다. 사실 외국에서 식당을 갔을 때 한국인들이 대부분인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가는 진짜 맛집을 가고 싶었지만 체크인을 하느라 식당 break time에 걸려서 선택의 폭이 정말 좁았다. 우마 레스토랑은 break time이 없다. 심지어 식당 근처를 갔더니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해물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고 같은 식당임을 알 수 있었다. 단체 손님과 소규모 손님들을 구분해서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깔끔하게 옷을 차려 입고 대기 줄을 안내해 주신 할아버지는 누가 봐도 레스토랑 사장님의 포스를 내뿜고 있었다. 기다리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서 조금 대화해 봤는데 식당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어마해 보였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이 레스토랑의 매출에 큰 공헌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갔을 때는 생각보다는 서양인들도 많이 보였다. 주로 한국인이나 아시아인들 위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할아버지 말로는 스페인 사람들도 많이 온다고 한다. 줄을 서는 시간은 30분이 조금 걸리지 않아 예상보다는 길지 않았지만 식당에 들어간 후 앉아서 주문 후 걸리는 시간이 꽤 길었다. 아무래도 해물과 함께 생쌀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식당은 옆 테이블과 간격이 굉장히 좁고 테이블이 많아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해물밥의 비주얼은 역시나 별로였지만 배고픈 우리는 흡입하듯 뚝딱 해치웠다. 음료 두 잔, 해물밥 2인분은 35~40유로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많이 알려진 곳인만큼 맛도 무난하니 실패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참고해서 가면 될 것 같다. 그리고 현찰만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 생각난 팁은 리스본에서 생각보다 현금 쓸 일이 많기 때문에 현금을 넉넉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마 레스토랑뿐만이 아니라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은근히 현금만 받는 곳들이 있었다.
리스본 에그타르트 파브리카다나타 (Fábrica da Nata)
숙소와 가까운 곳에 에그타르트 맛집이 있었다. 해물밥 못지않게 포르투갈에서 기대한 에그타르트이다. 예전에 마카오 여행에서 먹었던 에그타르트가 이곳의 에그타르트를 흉내 냈던 것 같은데 당최 맛이 기억나지 않는다. 6개짜리 세트를 사서 갓 나왔는지 뜨거운 에그타르트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눈이 번쩍 떠지는 맛이었다. 페스트리가 정말 바삭하고 계란의 비릿한 맛이 전혀 없는 훌륭한 맛이었다. 아마 이곳이 포르투갈에서의 첫 에그타르트 맛집이라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이후에 다른 곳에서 먹었었던 에그타르트도 물론 맛있었지만 처음 먹었을 때의 "우와" 하는 느낌은 확실히 덜했다. 미리 얘기하자면 나의 포르투갈 에그타르트 1등은 벨렘 지구에 있는 Pastéis de Belém 에그타르트이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유래된 레시피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는데 역시 원조는 다르구나 느꼈던 곳이었다.
트램 타고 타임아웃(Time Out Market Lisboa) 마켓 가기
날이 어두워지면서 트램을 타고 유명한 타임아웃 마켓을 가보기로 한다. 리스본은 정말 트램이 필수인 도시이다. 트램 없이 걸어서만 관광지를 다닌다면 다리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트램이 지나다니는 리스본 거리를 걷다 보니 새삼스럽게 내가 여행을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트램도 다 똑같이 생기지 않고 개성이 있어서 사진 찍을 맛이 난다.
참고로 내가 타임아웃 마켓을 갔던 날은 토요일이었고 그곳에서 무엇을 먹기에는 너무 붐비고 정신이 없어서 빨리 사진만 찍고 나왔다. 주말에 타임아웃 마켓을 간다면 혼잡한 시간대를 피하거나 평일에 가야 그나마 자리를 잡고 맥주라도 한 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 바르셀로나 일정에서 보케리아 마켓에 가면 되니까 이곳은 짧은 구경으로 만족하고 근처 항구에서 산책을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바르셀로나에서 보케리아 마켓은 가지 못했다.)
작은 시골 감성의 신트라에서 리스본으로 넘어오니 대도시에 온 느낌이 든다. 트램과 언덕이 반겨준 리스본에서의 첫날이 저물어갔다. 내일은 Daily ticket으로 비바 비아젬 교통 카드를 충전해서 좀 더 도시 곳곳을 다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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